인생잡담, 오늘은 조금 특별한 이야기로 여러분과 함께 하려고 합니다. 제목은 바로 "나무 총 한 자루에 담긴, 내 어릴 적 영웅" 입니다. 퇴근 후,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텅 빈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죠. 그럴 때면 저는 어릴 적 기억을 더듬으며 마음을 채우곤 합니다. 오늘은 제 어린 시절, 한 자루의 나무 총에 담긴 따뜻한 추억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요.
지금으로부터 약 40여년 전, 세상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주택 단지 앞에 있는 빈 공터와 주위에 작은 야산이 저에게는 세상의 전부였죠. 게임이나 스마트폰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친구들과 해 질 녘까지 뛰어노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얼음땡, 숨바꼭질, 술래잡기… 별다른 장난감 없이도 시간 가는 줄 몰랐죠. 나뭇가지 하나만 주워도 칼이 되고, 땅에 떨어진 돌멩이 하나만 있어도 보물이 되는 그런 순수한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이 각자 집에서 플라스틱 장난감 총을 들고 나왔습니다. 찰칵거리는 소리가 나는, 당시에는 꽤나 그럴듯한 장난감이었죠. “빵야! 빵야! 너 죽었어!” 하면서 신나게 총 싸움 놀이를 하는데, 저는 총이 없었습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우리 집에서, 장난감 총은 쉽게 사달라고 조를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죠. 게다가 부모님께서는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돌아오셨기 때문에, 괜히 칭얼거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죠.
친구들이 플라스틱 총을 들고 신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저는 그저 멀뚱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날 저녁이었을 거예요. 저녁 식사를 마치고 마당 한구석에 쭈그려 앉아, 총이 없는 서러움에 괜히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었죠. 그때, 일곱 살 터울인 형이 제 옆으로 다가왔습니다. 당시 형도 고등학생이었으니, 자기 공부하느라 정신없을 나이였을 텐데 말이죠.
형은 시무룩하게 있는 제게 이유를 물었고, 제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어디론가 훌쩍 가버렸습니다. 한참 뒤, 형은 어디서 나무 막대 몇 개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저는 그때 형이 대체 뭘 하려는 건지 전혀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형은 베란다 한쪽 구석에서 톱과 망치를 들고 뚝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못으로 조심스럽게 이어 붙이고… 처음에는 어설퍼 보였지만, 점점 총의 형태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어디서 구했는지, 낡은 사포를 가져와 나무 표면을 아주 조심스럽게 다듬어주었습니다. 마치 귀한 보물을 다루는 것처럼 정성스러운 손길이었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드디어 형이 무언가를 완성한 듯, 제게 조심스럽게 건넸습니다. 그것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형이 직접 만들어 준 나무 장난감 총이었습니다.
플라스틱 총처럼 찰칵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도 아니었고, 번쩍거리는 불빛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나무 특유의 따뜻한 감촉과, 형의 땀방울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총이었죠. 저는 형이 만들어 준 그 나무 총을 두 팔로 꼭 끌어안았습니다. 그때 제 가슴 속에 따뜻한 무언가가 뭉클하게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다음 날 아침, 저는 그 나무 총을 들고 온 동네를 신나게 뛰어다녔습니다. 신기하게도, 어제 저를 따돌리던 플라스틱 총을 가진 친구들까지 “야, 너 총 진짜 멋있다!” 하며 부러워하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어깨를 으쓱이며, 마치 진짜 용사라도 된 듯 당당하게 뛰어놀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형은 그 나무 총을 만들어주면서, 어쩌면 제가 세상에 지지 않고 씩씩하게 자라기를 바랐던 것 같습니다. 힘들고 바쁜 고등학생 시절이었을 텐데, 동생의 작은 슬픔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세상에 하나뿐인 선물을 만들어주었던 형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4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형은 저처럼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취미로 목공을 하는데, 그 솜씨가 제법입니다. 어릴 적 나무 총을 만들던 그 손재주가 어디 가지 않았구나 싶더군요.
하지만 제가 그 나무 총 사건을 잊을 수 없는 진짜 이유는, 단순히 물건 때문이 아닙니다. 힘들고 지쳤던 사춘기 시절, 어린 동생의 시무룩한 표정 하나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쏟아 세상에 하나뿐인 것을 만들어준 형의 따뜻한 마음, 바로 그것이 제게는 최고의 선물이었고, 저의 어린 시절 영웅이었던 것입니다.
학창시절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전 항상 형이라고 대답했었답니다.
그때 생각하면 미소가 절로 지어지네요.
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그런 ‘나무 총’ 같은 기억 하나씩은 있을 겁니다.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나의 마음을 알아봐 준 누군가의 작은 배려와 진심이 담긴 기억 말입니다. 그것이 투박한 나무 조각이든, 낡은 운동화 한 켤레든, 혹은 따뜻한 말 한마디였든 간에…
인생잡담, 오늘은 저의 어린 시절 추억, 나무 총 한 자루에 담긴 형의 사랑 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눠봤습니다.
혹시 지금, 여러분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려보세요. 그때 나에게 ‘나무 총’을 만들어준 사람은 누구였나요? 누가 여러분의 곁에서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었나요?
우리가 힘든 하루를 묵묵히 버텨낼 수 있는 힘은, 어쩌면 그런 짠하고 따뜻한 기억들 속에 숨어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밤, 잠들기 전에 여러분의 마음속 영웅에게 따뜻한 감사 인사 한번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그때 정말 고마웠어요.” 짧은 한마디라도 괜찮습니다. 그 마음이 전해진다면, 분명 잊지 못할 따뜻한 밤이 될 겁니다.
오늘 하루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시고, 다음 시간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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