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생잡담, 오늘 이야기는 오래된 추억의 지도를 펼쳐보는 시간입니다.
바로 "용산 전자상가를 헤매이던 소년"이라는 제목으로, 우리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한 설렘과 위안의 장소로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나보려 합니다.
토요일, 학교의 마지막 종소리가 울리기가 무섭게 쏜살같이 달려갔던 그곳, 기억하시나요? 무거운 책가방 대신 기대감으로 가득 찬 몸을 싣고 지하철을 타고 내렸던 용산. 그곳은 언제나 벅찬 활기로 가득했습니다. 선인상가, 나진상가… 지금은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것이 배달되는 세상이지만, 그때는 오직 두 발로 직접 뛰어다녀야만 얻을 수 있는 '보물'이 존재했었죠.
그 시절의 용산은 단순한 '상가'를 넘어, 마치 미래로 통하는 비밀 통로 같았습니다. 첨단 기술의 낯선 냄새와 어른들의 세계를 엿보는 듯한 아슬아슬함이 공존하던 곳. 최신 컴퓨터 부품이 진열된 쇼윈도 앞에서, 온 마음을 다해 그것을 소유하고 싶었던 순수한 욕망을 품었던 소년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주머니는 늘 가벼웠지만, 우리의 눈빛만큼은 늘 반짝였습니다. 용돈을 모아 샀던 아이와(AIWA) 카세트 플레이어! 이제는 이름조차 낯설지만, 그 매끈한 디자인과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는 당시 저에게 자신감과 자부심 그 자체였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었던, 소년 시절의 가장 소중한 트로피였죠.
선인상가의 풍경도 잊을 수 없습니다. 정식 수입되지 않은 일본 애니메이션 CD, 최신 게임 등, 윤리적 잣대는 잠시 내려놓고 미지의 신세계에 넋을 잃게 만들었던 장소였습니다. 마치 금단의 열매를 먹는 느낌이랄까요?
하드 디스크를 가득 채운 애니메이션을 보관하기 위해, 하드 디스크만 달랑 들고 용산으로 향하던 날들. CD를 굽는 동안, 마치 패션 잡지를 보듯 불법 소프트웨어 목록을 휘적거리며 '이것도 갖고 싶고, 저것도 갖고 싶은' 끝없는 탐험심을 불태웠습니다.
CD가 등장하기 전, 중학교 시절을 지배했던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도 빼놓을 수 없죠. '원숭이 섬의 비밀'처럼 무려 8장의 디스크로 이루어진 대작을 복사하는 일은 인내심과의 싸움이었습니다. 큰맘 먹고 하나의 게임을 복사하는 동안, 가게 사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다음 목표를 정하던 그 진지했던 순간들.
정품 게임과 소프트웨어 케이스를 버리지 않고 책상 위에 자랑스럽게 진열해 놓았던 선배 형의 모습은, 당시 소년이었던 제게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돈이 없어 불법 복제품조차 살 수 없었던 저는 친구에게 겨우 얻어 쓰던 처지였지만, 컴퓨터를 향한 열정만큼은 누구 못지 않았죠.
그 열정으로 무거운 컴퓨터 본체를 들고 선배 집을 찾아갔다가, 새벽녘 차가 끊겨 4시간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던 추억. 선배 부모님이 주신 택시비 2만 원이 아까워 감히 쓰지 못했던, 가난했지만 순수했던 소년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집 앞에서 놀란 어머니를 보고 죄송함에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저 웃음만 나네요.
성능 좋고 싼 컴퓨터를 맞춰달라는 주변의 부탁을 받을 때마다, 저는 일종의 사명감에 불타올랐습니다. 쥐꼬리만 한 돈으로 최고의 효율을 뽑아내겠다는 일념으로 용산을 샅샅이 뒤졌죠. 결과가 늘 만족스럽지 않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느꼈던 열정과 몰입이야말로 진정한 보상이었습니다.
먼지 냄새, 왁자지껄한 상인들의 목소리,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설렘으로 가득했던 그 시절의 용산. 비록 시대의 흐름에 밀려 그 모습은 사라졌지만, 그 기억은 우리 마음속에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40대, 그리고 50대… 어느덧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는 나이의 무게는, 삶의 무게란 이름으로 우리를 옥죄어 오지만, 힘겨워하는 우리 모두에게, 저는 잠시나마 풋풋했던 소년 시절의 위안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용산 전자상가를 헤매던 그 시절, 우리는 그곳에서 수많은 상상의 나래와 무한한 가능성을 꿈꾸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고단할지라도, 우리 마음속에는 여전히 호기심 많고 용감했던 '그 소년'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동묘시장에서 물건을 살 마음은 없으면서도 이것저것 구경하는 이들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 남아있는 소년의 멈추지 않는 '탐험심'이 아닐까요?
가끔은 마음속으로라도, 순수했던 그 시절의 용산으로 돌아가보는 건 어떨까요?
그곳에서 당신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다시 나아갈 힘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인생잡담이었습니다. 다음 에피소드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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